ㅂ사내 ㅏ심덕. 

연하연상 순애보 헤테로 맛집...

작업 노동요.. 1보통.. https://youtu.be/Jf5RpOtoRgI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中 황지우

 

 

 

1.

윤심덕을 찾아야 해.

 

 

흐린 하늘과 어둔 바다의 경계선이 불분명하게 맞닿아있는 새벽이었다스치듯 배에 명중한 탄환이 피부를 관통하고서 느껴지는 통증에 침음하면서 명운은 후들거리는 신체를 가까스로 난관에 걸쳤다갑판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저에게 적대적이었고 제 몸 같지 않은 신체는 무게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헛나가는 것처럼 나풀거렸다어지럽게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눈을 가려 시야마저 흐렸지만 확실한 명제는 그녀가 저를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어째서?

 

 

자각은 뒤늦게 따라왔다망막에 맺힌 상이 번져가자 눈가가 뜨거웠는데 탄환이 피부를 찢어 느껴지는 홧홧함 때문인 건지는 처음 겪는 현상인지라 알 수 없었다한 팔은 난관을 지지대 삼고 다른 한 손으로는 피가 솟구치는 복부를 틀어막은 채 기울어진 선체의 꼭대기로 비틀거리며 올라갔다한 발 한 발 앞으로 딛을 때마다 선혈이 투둑투둑 바닥에 점점이 자국을 남겼다배의 정점에 다다라서 멈춰 서자 떨어지는 핏방울이 산화된 갈색의 흔적 위로 겹쳐져 선붉은 색으로 덮어졌다홀로 남겨진 검은 사내는 흔들리는 선체에서 망망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드센 물결과 파도만이 부딪쳤다 새하얗게 부서지기를 반복했다명운은 제 다리와 난관을 짚고 있던 손을 천천히 뗐다피가 물든 손을 뻗어 바다를 향해 손을 내보였지만 제 친구들을 집어삼킨 바다는 처음과 끝을 알 수 없어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 지 조차 막막했다밀려나갔다 스러지고 부딪치는 물결 소리 외에 사내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두 눈이 먼 기억을 투영하는 양 먹먹했다.

 

 

… 그렇다고… 생명을 던질 것까지는 없었잖아심덕아.

 

 

눈으로 바다를 헤아리다 명운은 뻗은 손을 거두며 울상인 제 얼굴을 덮었다피투성이가 된 바닥에 몸이 천천히 주저앉았다복부의 통증보다도 목멤이 심해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이대로 아가미를 잃은 물고기처럼 나도 죽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원하는 걸 갈망한다 한들 단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사람은 이토록 사라지기 쉬운데 왜 나는 그럴 수 없는지이 몸으로는 죽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명운은 살아있는 자라고 부르기도 어려웠으니 사실 죽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명운(命運)은 궤도를 벗어날 수 없는 제 이름을제 존재를운명을 저주했다.

 

 

… 다시시작한다면 달라질 수 있을까.

 

 

사내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한들 타자(他者)의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인간들은 자유의지를 가진 생명체였고 사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그녀가 죽는 것만큼은 피하게 하고 싶었는데그는 운명이라는 굴레 속에 갇힌 그들의 결말을뼈아픈 패배를 인정했다.

 

 

그래도 내가 사람을 찾을 수 있어 다행이야다음 생에 태어날 너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사내의 얼굴이 비틀린 채로 슬피 웃었다이 생에서 끝나버린 윤심덕의 삶의 결말은 단념했지만 그 의지가 포기를 뜻하는 건 아니었다.

 

 

안녕윤심덕.”

 

 

이별을 고하듯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자 자켓 안에 잠들어있던 이태리행 표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다시 만나.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 속에 물먹은 눈만이 진실했다.

 

 

 

 

2.

… 저기심덕아이거 꼭 봐야 하는?”

나 이거 보고 싶었던 것이걸랑!”

… 아니근데… … 네가 개방적인 사람인 건 나도 잘 아는데

 

 

애매한 얼굴은 끝내 말을 맺지 못하고 시선을 피한다눈동자는 흔들리고 복잡한 심경은 목 안으로 삼켜진다당황함을 숨기지 못하고 쭈뼛쭈뼛 서있는 친구를 보면서 심덕은 어깨를 치며 팔을 목에 걸어온다밀착하듯 닿아오는 신체에 부담스러운 얼굴을 한 명운이 뒷걸음질하지만 심덕은 아랑곳 않고 거리를 좁혀왔다.

 

 

명운아같이 볼 거지?”

그러니까 왜 이이걸 나랑동성 친구는 어쩌고?”

성인 영화도 아니고 야동은 낯부끄러워서 괜찮데.”

그래보통은 거절하겠지그래서… 그걸 왜 나한테 권유하는데?”

우진이랑 볼 수는 없잖아.”

… 차라리 우진이랑 보는 게 낫지 않아어차피 나중에 진도도 나갈… !”

어머어머머머얘 좀 봐내가 미쳤니?”

 

 

애교스럽게 조르던 태세는 금방 변해 손이 퍽퍽 날아들어 명운의 등짝을 갈긴다아악명운이 몸을 비틀며 아픔을 호소했지만 심덕은 모른 척 제가 때린 부위를 손으로 살살 문지르며 손바닥으로 감쌌다아파떼어내려 몸을 흔들어보지만 봐주고 있어 효력은 크지 않았고 심덕은 도리어 업힐 기세로 매달렸다갑작스레 더해진 무게에 명운의 허리가 꺾이며 몸이 휘청거렸다.

 

 

우진이에게 다른 여자의 낯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라고네가 말했지만 정말 심했다.”

… … 커흑… 나에겐… 이게… 안 심해?”

 

 

등이 화끈거려 결국은 제 위에 얹어진 무게를 뿌리쳐낸 명운이 맞은 등을 문지르며 어처구니없단 얼굴을 했지만 심덕은 태연했다윤심덕네가 나에게 지적해야 하는 부분은 그게 아니잖아뭐라고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따라붙더니 하아한숨을 돌린 명운이 상냥한 어조로 말을 붙여왔다.

 

 

심덕아일단은… 내가 남자라는 건알고 있는 거지?”

 

 

예의 웃는 얼굴이었다어색한 미소를 보던 심덕이 후훗눈을 접으며 웃더니 담배를 물곤 불을 붙였다빨아들이는 동안 담뱃불이 반짝였고 입술에서 떼어지는 순간 연기는 고스란히 명운에게로 뱉어졌다.

 

 

퍽이나야동도 못 보면서.”

 

 

가늘게 흘리는 눈빛은 명백한 도발이었다정작 연기를 뒤집어 쓴 명운은 켈록켈록기침을 하며 연기를 흐트러트리느라 손으로 다급히 허공을 휘저었다화가 날 법도 했겠지만 이 행동에는 익숙한 건지 명운은 그저 매운 연기 때문에 콜록거리면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실눈으로 끔뻑거렸다.

 

 

켈록그걸 뻔히 아는 사람이켈록그런, 당사자를… 동반

왜에클럽까지는 그렇다 치고야동은 왜어차피 과장이라니까허위 몰라성교육 시간에 잤니?”

그 지나치게 비약적인 허위를 현실인 마냥 과장된 연출을 하는 것 자체가 싫다고난 분명히 말했어.”

그래너도 알고 나도 알고다 알잖아누가 현실에서 섹스를

와아아악!!! 와악!!!!”

그렇게 해여자에게 싸다구 맞다 확거시기 이로 물려 잘릴 각오를 했음 몰라.”

… 지금 여기가 밖인 건 알아?!”

 

 

휘둥그레 눈을 크게 뜨곤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는 명운과 달리 심덕은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당당하다졸지에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명운은 지근거리는 머리를 짚는다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심덕은 담배를 태우다 입을 떼자마자 은근슬쩍 떠 묻는다.

 

 

한명운너 진짜 살면서 포르노 한 번도 안 봤어?”

… 우진이 좀 데려다 줘내가 널 정말 좋아하지만… 나 진짜 지금은 너랑 못 있겠어.”

요즘 같은 시대에 너 같이 고루해서 어떻게 사는지그렇게 순수한 척 한다고 뭐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아?”

지금 나한테 훈수를여기가 해외도 아니고 한국인데 보수적인 게 뭐가 나빠그리고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내 사상은 오히려 진보 쪽에 가깝다 생각하는데우진이가 증인으로… 이게 아니라사람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흑백논리는 좋지 않아편견이나 오류에 빠지게 된다고!”

뭐라는 거야?”

 

 

상대에게 말이 통해야 대화도 이루어지는 법이지이렇게 일방적으로 말만 쏟아 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명운은 한참 성을 내다 체력을 다 소모한 사람마냥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땅으로 꺼지듯 주저앉았다모아진 제 무릎에 손을 모으더니 얼굴을 묻는데 쭈글쭈글하게 접히는 양복 주름 때문인지 왜소한 몸체가 어쩐지 더 처량해 보인다심덕의 손가락에 물린 담배 필터에서는 여전히 가는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 우진이는 어디로 간 거야나 너무 피곤해

학생회에서 소집한다고 불려갔어신학기고 해서 회의하느라 한참 걸릴 것 같다고 아까 연락 왔어.”

… 허허귀찮게 왜 학생회 같은 거에 들어서

그게 왜 우진이 잘못이니네가 하는 것도 아니고요즘에 명운이 너처럼 핸드폰 없이 다니는 것도 쉽지 않겠다우진이가 선물해준다는 거그냥 받아서 개통하지 그랬어?”

그런 거 없어도 너희가 뭐 할 지는 다 안다니까.”

어머우진이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잖아.”

내가 스토커도 아니고걔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것도 무섭지 않을까?”

 

 

대화할 기운이 없던 게 언제라고명운은 고개를 빗겨 멀뚱한 눈으로 심덕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지금 우리가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지는 기억하고 있니심덕은 생각을 입밖에 담지 않고 힐끗 명운을 내려다보다 정면을 쳐다본다.

 

 

… 그런 거 치고는

 

 

담배를 물어 한 모금 빨아내고는 허공에 천천히 내뱉는다잿빛 연기가 허공을 가로질러 공간을 가르는 동안 시간의 간격이 벌어진다.

 

 

넌 내가 있는 곳은 웬만해서 다 아는 것 같은데.”

그거야… 난 널 잘 아니까.”

아까부터 네가 하는 말은 전혀 대답이 안 되잖아내가 그렇게 읽기 쉬워?”

그렇다기보다는

 

 

명운이 물끄러미 저를 쳐다보지 않는 심덕을 한참 올려다보다가 말을 어물쩡 흐린다그리움이 맺힌 시선이 떠올랐다 눈을 몇 번 깜박하는 사이에 지워진다명운이 몸을 일으키자 그제서 답을 기다리는 심덕의 고개가 돌아가고 명운은 애써 웃어 보이며 아무것도 아니야.” 말을 재단하며 화제를 돌린다.

 

 

그보다… 혼자 보면 안 되는 거야?”

날 심심하게 나둘 생각은 아니지?”

어차피 영상 보는 동안 나에게 신경도 안 쓸 거면서

못 보겠으면 다른 방 가 있거나 나가도 좋아.”

… 하아… 너 진짜… 제멋대로인 건 알지?”

.”

 

 

손으로 얼굴을 푹 덮은 명운이 한숨을 푹푹 쉰다감긴 눈두덩을 지그시 누르며 마사지하던 명운의 입술이 움직인다그래서 몇 분짜리인데마지못한 승낙의 소리가 따라붙자 심덕이 명운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어깨를 툭툭 친다이 참에 너도 어른으로 졸업하자사족처럼 덧붙여진 말에 불만이 뒤따른다성인식 치른 지가 언제인데, 왜 애 취급이야땅이 커질 만큼 큰 한숨소리가 들려왔지만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심덕은 기운이 다 빠진 명운과 달리 활기찬 얼굴이었다.

 

 

 

 

3.

1923년 겨울윤심덕과 같이 도쿄에서 지내던 그 날을

유난히 추웠던 그 밤저를 녹여버릴 것 같던 온도를 명운은 기억한다.

 

 

대중들에게 소프라노로 유명했던 윤심덕은 한 순간의 치정 사건으로 인해 스캔들로 뒤덮였다추잡한 소문은 부풀려져 덕지덕지 따라붙고 그걸 감당해야 할 사람은 오롯이 그녀 혼자였다같이 견뎌내던가 해명이라도 해야 할 시간이었건만 김우진은 조국으로 저에게 말도 없이 돌아갔다한 때 저를 사랑했고 제가 사랑했던 자의 이름이 증오의 울림으로 변질되는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세간은 여자에게 더 냉담했고 추락한 이미지는 둘째 치더라도 먹고 살 수단마저 가라앉게 된 판국이었다.

 

 

걱정 마심덕아내가 있잖아나에게 생각이 있어.

 

 

빛났던 별이 떨어진 이상 다시 떠오른다는 건 쉽지 않다그런다면 차라리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사라져버리는 편이 사람들이 윤심덕을 추억하기에 아름다운 이미지로 기억될 거였다. 정말로 그녀가 죽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얇은 빙판을 밟고 위태롭게 생활하는 것보다야 안정된 대지에서 그녀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옮겨주려 했을 뿐이다그녀를 옮아 매는 제약은 어울리지 않으니까자유로운 곳에서 얽매이지 않는 편이 더 어울리니까그러려면 처음부터 시작하는 편이 나으니까그녀가 가고 싶어 하는 이태리 같이 머나먼 나라라던가그래서 명운은 심덕에게 음반 제작을 권유했다. 상세한 계획과 같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돈 걱정은 당분간 하지 말라고 선수를 치니 심덕이 머뭇거리다가 입술을 뗐다.

 

 

들어줄 사람이 있을까?

 

 

씁쓸한 울림이었다명운은 저에게 닿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너의 한()을 담아음악으로 사람을 사로잡는 건 네 특기잖아.

 

 

심덕을 보는 명운의 눈은 거울을 투영하는 것처럼 깨끗하고 맑았다그 때 한명운이 윤심덕의 생명줄이자 한 줄기의 희망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위안이 되었다는 건 틀림없다명운의 말에 설득된 건지 심덕은 스튜디오에 꼬박꼬박 나와서 하루에 몇 시간은 명운과 같이 음반에 실릴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다작곡을 배운 건 아니었지만 음악적 재능은 빛을 발휘하는지 고충을 겪어가면서도 나중에는 멜로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계절이 빛깔을 바꾸며 두 차례를 지나가는 동안 음반은 틀이 잡혀 실을 곡들은 얼추 완성된 상태였다명운은 간섭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실릴 음반은 자신이 제안했다.

 

 

마지막 곡은 내가 생각해둔 것이 있는데.

 

 

그러면서 들려주는 음반은 도나우 강의 물결이었다왈츠가 열리는 장에서 종종 흐르는 곡이니 심덕도 잘 아는 음악이었다그렇지만 끝까지 그 곡을 들어본 건 처음이었다심덕은 음을 기억하며 허밍해보더니 한 쪽 눈을 찌푸렸다. A단조단조라 그런지 우울하게 가라앉는 느낌이네그녀의 중얼거림에 지금 같은 시대에는 딱 맞는 정서이지명운이 말을 받았다.

 

 

내가 작사할게물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뜯어 고쳐도 돼네 목소리로 듣고 싶어서.

 

 

김우진과 작업할 때와 달리 한명운은 전적으로 윤심덕의 의사를 존중했다. 그야말로 그녀에게 모든 걸 맡긴 셈이었다말보다도 같이 알고 지내는 동안 시간이 쌓아온 믿음이 있어 심덕은 흔쾌히 승낙했다그녀는 악보를 보며 음표를 읽다 오한이 들었는지 심덕이 몸을 떨면서 창밖을 쳐다봤다겨울은 해가 짧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도 금방 어두워졌고 서늘한 냉기가 창틀 안으로 손을 뻗어 추웠다낡은 난로에 손을 가져가 몸을 녹이면서 심덕이 손을 비볐다.

 

 

오늘 유독 추운 것 같다눈이라도 오려나?

이제 겨울이니 그럴 계절이긴 하지시간이 벌써… 좀 있음 순경들이 돌아다니겠네집에 데려다줄게.

 

 

명운이 문득 제 손목시계를 보고는 벽걸이에 걸려있던 심덕의 외투를 가져왔다심덕에게 목도리까지 칭칭 여며준 것과 달리 정작 명운은 얇은 코트 하나만을 걸쳐 드러난 목이 추워보였다가로등이 듬성듬성 켜진 밤거리를 걷는데 찬바람이 매서웠다심덕이 어깨를 움츠리며 춥지 않냐고 물어봤지만 견딜 만 하다는 말이 돌아왔다코트 주머니 안에 들어간 명운의 손을 보며 심덕이 제 팔을 사이에 끼워 팔짱을 끼더니 몸을 기대며 걸었다.

 

 

나에게 사줄 게 아니라 네 옷부터 사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사뭇 걱정스러운 어조에 명운이 피식 웃었다.

 

 

괜찮아나 추위는 잘 안 타서.

 

 

말을 할 때마다 하얀 김이 허공에 서렸다 사라졌다흰 피부가 상기된 코며 볼이 붉었다선의의 거짓말인지 좀처럼 분간이 가지 않았다심덕은 일을 하지 않는 동안 받았던 생활비며 스튜디오를 대여하는 금액에 대해서 출처를 물어본 적은 없다그 화제를 명운이 원하지 않았으므로제 마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언급이 없던 것만도 아니었다이렇게까지 자기에게 헌신하는데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는 건 자신을 보는 명운의 눈 때문이었다의도를 음흉하게 숨기고 있는 것보다야 읽기 쉬운 편이 낫다그러나 갈구하는 눈빛 치고는 저에게 무언가를 바라거나 하지 않았다대가 없이 외지에서 함께 보낸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다아니면 내가 눈치를 채지 못했거나.

 

 

 

감기 걸리기 전에 빨리 가자.

 

 

심덕의 생각을 모르는 명운이 재촉하듯 걸음을 빨리했다나 혼자 가도 되는데심덕이 말을 걸었지만 내가 데려다 주고 싶어서 그래대답이 돌아왔다언제 봐도 명운은 심덕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그가 없었다면 다시 일어서 회복하는 기간이 쉽지 않았을 거였다.

 

 

추운데 오늘은 우리 집에 있다 갈래시간도 많이 늦었잖아.

 

 

명운이 괜찮다고 하는 것을 심덕이 붙들었다날 너무 매정한 사람으로 만들지 마실내에 들어가기 전에는 저를 붙잡고 놓지 않을 판이라 명운이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몸만 녹이고 갈게그제서 만족한 듯 심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는 불을 켰다. 6평 정도 되는 한 칸짜리 방에 이불을 깔아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음악과 관련된 직업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일을 하고 있었고 그 외의 시간을 개인 음반 작업을 하느라 밖에서 보냈으니 방이란 얼마 되지 않은 짐을 쌓아두고 잠을 자는 장소에 지나지 않았다명운도 그런데 신경은 안 쓰는지 왜 이불을 개지 않았냐고 물어보거나 하지 않았다.

 

 

방은 좁지만 들어와.

 

 

심덕의 말에 명운이 유학생들 대다수가 다 이렇게 살지 않나웃으며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두었다심덕은 난방 기구를 틀어 방을 예열해놓고 겉옷을 벗었다장신구를 선반에 빼어놓고 실내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명운은 심덕이 말 하지 않아도 등을 돌린 채 코트와 자켓을 벗고 기다렸다.

 

 

다 갈아입었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진다 싶어 꺼냈던 말은 끝맺어지지 못했다불이 꺼진다 싶더니 제 손이 잡아당겨져 명운은 무게중심을 잃고 저를 잡아당긴 방향대로 쓰러졌다카펫이 깔려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불 위로 몸이 엎어져 푹신한 감촉이 저를 감쌌다명운이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에는 저에게 그림자가 져있었다비교적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심덕이 한 뼘 정도의 거리에손이 닿는 거리에 있었다이 상황이라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명운이 말문을 잃고 멍하니 올려다보자 심덕이 손을 뻗어 명운의 얼굴을 매만졌다다른 손으로는 셔츠 옷깃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넥타이를 잡아당기는데 천이 느슨해지더니 스르르 풀렸다이름을 부르려던 음절은 입술이 닿으면서 목안으로 삼켜졌다눈썹이 파르르 떨리다 뜨거운 체온에 명운은 눈을 감았다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는데기억 속에 잠겨있던 추억이 겹쳐졌다감상은 심덕도 같았는지 입술이 떨어지자 그녀의 손가락이 명운의 마른 입술을 매만졌다명운은 굳어진 몸 그대로 눈을 깜박거리며 가만히 있었다.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체온이 찬 편인 가봐?

… 

싫어?

… … 할 줄… 모르는데…….

 

 

어쩔 줄 몰라 방황하며 작아진 목소리는 평소 심덕이 즐겨 보던 명운의 모습이 아니었다눈은 크게 흔들리고 있을 터였다. 불을 켜두고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볼 걸 그랬나어차피 어둠이라고 해봐야 눈이 적응하면 보일 테니 상관은 없지만이 나이 되어서 성 경험이 없다고지금까지 나에게 손을 뻗지 않은 이유가 그거였나물론 단순히 그래서가 아니라는 이유 정도는 안다명운이 저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도단순하게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기보다 지금 한 행동은 일종의 시험이었다저에게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떠보려 했을 뿐인데그리고 명운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덕이 명운의 머리를 손으로 쓸며 정돈했다.

 

 

かわいい

 

 

심덕이 다시 입술을 겹쳤다. 표면끼리 부대꼈다숨을 참아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명운의 몸이 움찔거렸다명운은 밀쳐내지 않고 조심스레 심덕의 목에 손을 둘렀다급급하게 달려들며 얽히듯 서로를 탐미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입술이 떨어지자 감겼던 두 쌍의 눈이 맞았다내가 알려줄게말을 기점으로 셔츠의 단추가 풀리며 옷자락이 한 꺼풀씩 벗겨졌다저를 감싸는 천은 없는데도 그 때 느꼈던 살갗과 체온을제 형상으로는 도무지 갖출 수 없던 그 열을, 그녀의 체취를, 세상에 단 둘 밖에 없었던 것 같던 그 시간을 명운은 기억한다거의 100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4.

두 번째세 번째네 번째

 

시간대가 달라진다 해도 한명운은 윤심덕과 동일한 영혼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영혼이 담긴 유리구슬 같은 수정체는 빛이 투과해 맺힐 정도로 맑았고 새로 시작할 삶을 기다리고 있었다신체에 깃들기 전의 결정체를 보는 건 명운 역시도 처음이라 신기하기만 했다아롱거리는 빛은 반딧불처럼 떠다녔고 명운은 질리지도 않는지 온종일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명운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그녀의 탄생 이전부터 보호를 하는 양 주위를 지키며 곁을 지켰다신의 가호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 한 명 정도는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결론부터 말하면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그의 임무는 죽음으로의 인도였지 새 탄생을 축복하는 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삶의 변수란 무수히 많은 길가의 돌맹이처럼 흔하게 널려있었고 명운이 애지중지한다 한들 윤심덕은 오래 살지 못했다사인(死因)은 다양했다찰나의 순간에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차마 두 눈으로 보기 어려운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있었다.

 

 

내가 이야기를 써도 저렇게 맥락 없이아무런 전조도 없이 끝을 맞게 할 만큼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았는데.

 

 

명운은 허탈한 얼굴로 온기를 잃은 시신을 바라봤다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사내는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사자(使者)였으니 사실 그런 사고 정도야 비일비재해서 대수롭게 여기기도 못했다그는 무수히 많은 인간의 끝을 봐왔고… 그럼에도 단 한 명만큼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30살이 되기도 전에 죽는 건 너무하잖아전에도 그랬었는데… 이번 생도 그럴 필요까지는

 

 

두 번째 윤심덕의 삶이 어처구니없이 끝났을 때 그는 허망한 얼굴로 제가 만났던 첫 번째 삶의 이별만큼 울었고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반복을 거듭하면 무감각해질 법도 했지만 단 한 사람에게만큼은 늘 감상적이었다인간 같은 감정의 희로애락은 모두 윤심덕이 저에게 가르쳐준 것이었고 그녀와 있을 때만이 저도 온기를 지닌 사람이 된 것 같기 때문일 지도 몰랐다거리를 둬야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녀의 운명만이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는 생각에 신이 저주스러운 적도 있었다.

 

 

인간 놀음은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사내의 비탄에 공감하지 못한 동류의 것들이 사내를 비웃고 지나갔다.

 

 

인간이랑 가까워진 녀석들이 꼭 착각하는 게 있던데인간에게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자기가 해야 할 명분을 잊었다는 거야우리가 도태되면 단순히 혼령의 소멸 같은 걸로 끝날 거라 생각해설마 그렇게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연민 같은 정은 버려.

 

 

조롱하는 건지 조언해주는 건지 알 수 없는 충고도 따라붙었지만 어떤 말도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감정을 배우고 난 이후부터 윤심덕의 죽음에도 곧 무뎌질 거라 생각했지만 사내는 늘 처음 겪는 이별처럼 아파하고 슬퍼했다그래서 윤심덕에 한해서는 죽음의 끝을 기록하는 것을 관두고 저와 윤심덕이 지냈던 기억만을 추억하는 것처럼 그 내용만을 보존시켰다결말이 아닌 자신이 경험한 기록을 남기려는 일기처럼그 기록을 적은 끝에는 명운과 심덕이 마지막으로 만난 일화만이 담겨 있어 옴니버스 식의 단편 소설 모음이라 생각될 법도 했다기록한 날짜 표기만 없었다면.

 

네 번 째윤심덕이 죽었을 때도 명운은 어김없이 울었다죽음의 낯빛을 한 얼굴은 핏기 하나 없어 창백하게 누워있었다한 없이 아이 같은 얼굴로 입술을 앙다물고 있던 명운은 눈물 맺힌 눈으로 시신에게 입술을 맞댔다한없이 차가워진 입술은 저와 온도가 비슷했다저항이라도 했으면 기뻤을 텐데무게를 이기지 못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윤심덕안녕다시 만나.

 

 

 

 

5.

다섯 번째 삶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한명운의 시점에서 바라본 윤심덕의 이야기일 뿐이다여러 차례 머리를 굴린 끝에 이번 생에서 명운은 윤심덕과 고등학생 때 친한 친구가 될 계기를 만들고 접점을 이어나가 단짝 친구라는 위치에 머물렀다어떻게 해야 안전한 항해가 될 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연애 감정 같은 것을 생각해봤던 때도 있었지만 운명의 짝은 또 무엇인지 김우진이 저를 끝까지 방해했다아니이 쯤 되면 내가 방해자 같잖아기분이 울적해진다영혼의 반려라는 것이 있나생각해보지만 사자(使者)가 되어서 한 사람의 영혼만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경우가 없었으므로 그런 사례 같은 건 풍문으로도 서적으로도 접한 적이 없다.

 

 

세간에서는 운명의 빨간 실이라고 하던데정말로 그런 게 있었다면 진작 잘라버리고 윤심덕의 실을 내 실로 묶었겠어.

 

 

명운은 눈을 꽉 감고 귀를 꽉 틀어막은 채 머릿속으로 불필요한 생각을 이어나간다귀마개를 한 게 아니다보니 어떻게 해도 노골적인 신음 소리가 새어 들어온다무릎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실눈을 뜨자 화면에는 살색이 대놓고 드러나 있다선정적인 장면에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만다개연성 없는 내용 진열인위적인 손짓과 신음 소리유사 성행위인간들은 욕구 불만을 대체 왜 이런 걸로 푸는 거야이게 뭐가 재밌다고 보는지 난 당최 모르겠어!

 

참고 견뎌보려다 도무지 안 되겠다 싶은지 명운이 항의하려 얼굴을 든다제 뒤의 긴 소파에 몸을 기댄 채 편히 늘어져 보고 있는 심덕을 바라보지만 정작 그녀는 포카칩을 와그작 씹으며 시선이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보고 싶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는지 상당히 집중하는 모양새였다하긴심덕이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는 않지겉치레라면 진절머리를 앓잖아명운은 울상을 하며 몸을 웅크리곤 제 손목시계를 쳐다봤다아까 몇 시에 틀었더라지금 몇 분 흘렀지맥락 없이 장면이 나열된 것만 봐서는 지금 이 부분이 어디쯤인지도 모르겠어내가 이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만큼 한가한 사람은 아닌데… 사람은 아니지만 시간은 늘 유한한 거니까 존재를 막론하고 소중한 거고… 인간 같은 사고를 하다 명운은 다시 무릎에 얼굴을 파묻는다.

 

 

나는 뭘 하고 싶은 것일까.

 

 

요즘 저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었다윤심덕과 연애전의 생에서 시도해봤지만 이룰 수 없는 건 노력해도 안 되는 거였다내가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면 차라리 이 고생을 안 해도 되는데그러면 왜 이러면서까지 그녀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것인지누군가 물어보면 또 할 말이 없었다마땅히 그러고 싶으니까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면 감정의 본질은 사랑이다이유가 없는 호의집착인지 미련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의 근원은 무릇

 

 

그래서 뭘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지.

 

 

명운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간단명료하게 정의내릴 수 없다.

 

 

 

이번 생은 좀 길게윤심덕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그 곁에서 그녀를 오래 지켜봤으면 좋겠고

나를 특별하게 여겨주면 더 좋고

그렇게 여기지 않더라도 나는

 

 

많이 힘들어방으로 들어갈래?”

 

 

볼에 차가운 음료수 캔이 닿는 감촉에 명운이 눈을 번쩍 뜨며 고개를 든다저를 방치했을 때는 언제고걱정하며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에는 오로지 명운의 형상뿐이다명운이 심덕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천천히 음료수 캔을 받는다그리고는 다시 몸을 틀고 자리를 잡는다.

 

 

그냥 여기 있을래.”

힘들어 보이는데?”

그러면 꺼주면 되잖아.”

아직 끝을 안 봤어마지막까지는 보고.”

내가 쓰는 글이 적어도 이것보다는 더 재밌겠어.”

 

 

토라진 명운의 목소리에 심덕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는다.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명운아너 삐졌니?”

아니거든.”

뭐야삐졌네.”

됐네요.”

알았어그만 보면 되잖아.”

결말 궁금하다며?”

 

 

별 기대 없이 말을 이어가지만 단순히 그냥 하는 말만은 아니었는지 심덕은 TV 전원을 끈다의외라 생각했는지 명운이 심덕을 한참 쳐다보지만 심덕은 하품을 하더니 기지개를 핀다가만히 있느라 뻐근했던 몸을 풀 듯 목을 돌리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뭐 다 뻔하지내 생각보다 너무 뻔해서 재미없다역시 스토리 있는 영화가 더 좋은 거 같아.”

잘 생각했어다음 주에 개봉하는 영화꽤 평이 좋던데그거나 같이 보러 가자.”

그래좋아. 우진이에게도 이야기 해봐야겠네.”

우진이가 바쁘면 그냥 우리끼리라도 가자요즘 vod도 잘 되어있는데 정말 보고 싶으면 그거라도 보라고 하면 되지.”

그래!”

 

 

심덕은 흔쾌히 수긍을 표한다그 말에 뭐가 그리 좋은지 명운의 얼굴이 밝아진다김우진너는 오늘처럼 당분간 바쁘기나 해라어차피 긴 시간 동안 윤심덕을 독차지했으면서 그 정도 시간은 나에게 내줄 수 있잖아명운은 속으로 소심한 복수를 그리며 몸을 움직인다.

 

 

배고프다밥이나 먹으러 나가자.”

 

 

그 말에 명운은 심덕의 트렌치코트를 챙겨 편히 입을 수 있도록 벌려준다늘 저를 편하게 대해주는 명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으며 심덕은 팔을 뻗어 코트를 입는다고마워그 말에 명운이 맑은 미소를 보인다크로스백을 챙기는 심덕의 모습을 쳐다보며 명운은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긴다.

 

 

심덕아나는 너를 만나고 싶었어.

안녕이라고 언젠가 너에게 이별의 안부를 전하게 되더라도.

 

 

세월이 담긴 연정은 깊고 언어나 연서로 표현하기에는 지층처럼 쌓인 마음의 무게가 무거워서

사내는 제 마음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그 편이 오랜 시간 제 별을 지켜보는 길이 될 것을 알았으므로.

 

 

명운아.”

 

 

명운은 저를 부르는 윤심덕의 목소리를 듣는다나갈 채비가 된 심덕이 명운을 바라본다시선이 맞는다기다림의 끝에 있는 사람이 윤심덕이라면 사내는 어떤 것이든 감내해낼 수 있었다설령 그것이 제 운명과혹은 소멸과 관련된 것이더라도.

 

 

언제까지 계속일 수는 없겠지만 이 순간은 오롯이 내가 윤심덕과 함께 하는 추억이 되겠지지금껏 그래왔듯이.

 

 

명운은 심덕이 이끄는 대로 따르며 밖을 나섰다. 순간의 미, 찰나의 순간. 내가 사라진다고 해도, 네가 죽는 순간을 여러 차례 지켜 봐야 해도 나는 너를 만난 걸 후회하지 않아처음으로 사내가 제게 주어진 임무와 상관없이 선택한 결정이었다.

 

 

더보기

 

연하연상 헤테로 맛집이 여기에...(호로로록r찬에서 이런 느낌이 가능할 줄 몰랐다보니 솔직히 좋은 의미로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아... 사내는 노선 변주가 심해서 솔직히 어떤 페어로 추천해줘야 할지 처음에는 감을 못 잡았는데... 확실한 건 ㅏㅂ페어 이쪽은 진짜 인간 범운이었거든요ㅜㅜㅠㅜㅜ 헌신짝이 된 건 솔직히 범운이었는데..(오해할까 적어두는데 제 최애 심덕입니다..) 연하연상 순애보 광인은 웁니다..

 

ㅂㅅ페어도 재밌었는데 혐관 좋아하시면 이쪽 보러가세요(5년동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매우 궁금해지는...) 전 사실 찐사내 느낌인 이쪽을 더 재밌게 봤는데... 재밌는 것과 별개로 저 페어가 저랑은 좀 안 맞는 면이 있어 자막했습니다올해 r찬을 17년도의 절반보다 적게 보고 있는데(당시 최애페어로 봐도 당시 좋아했던 느낌이 없더라고요.. 노선 변화란 무엇인가...그냥 보고 싶은 페어 하나씩 찍고 있어요올해는 사내가 맛집이네요인간 노선사내 노선 다 재밌어요ㅋㅋ 짭퉁 사내 노선은 못 봤는데 오첨뮤 사내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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