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만 있음... 뒤가 있었으면 성인인증이 걸렸겠지만..)

 

 

 

 , 그러니까 싫다고!! 누가 지켜보는지도 모르는 이런 방에서 왜?!

 ! 누군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마냥! 사람을 사회화 안 된 짐승 취급하는 마크 네가 더 너무하지 않아?!

 그러고 있잖아! 저런 말도 안 되는 종이에 써진 것대로 한다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이성을 잃은 게 누군데?

 … 지금 5시간이 지났어. 방 안 전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핸드폰 전파도 잡히지 않는데. 이 상황이 되어서도 카드에 써진 걸 따르지 않겠다고?

 

 

실로 어처구니없는 공방전이었다.

 

방의 문이 열리지 않는 거며 자기들이 여기 갇힌 것이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다. 둘의 말다툼이 일어나게 된 발단이라면 미션 과제마냥 침대 위에 카드가 놓인 걸 발견하고서 세르주가 아무렇지 않게 그 문구를 읽은 게 시작이었나. 성희롱이라고 생각한 마크가 서늘한 시선으로 세르주를 보자 억울하단 듯이 몸서리치던 그가 건네준 카드에는 귀여운 필체로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써져있었다.

 

 

섹스하면 이 방에서 나갈 수 있습니다.’

 

 

방 탈출도 하다못해 이런 미션이 아닌데. 마크는 차마 소리 내어 읽지 못하고 카드를 꾸깃 구겼다. 상종할 거리도 못되는 천박한 놀음을. 나중이라도 기획한 사람을 알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기세로 벽이며 물건을 더듬거리며 열쇠나 쇠붙이가 있는지를 탐색했다.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세르주는 처음에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있다 문득 갈증을 느껴 물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그때서 탐사에 합류했다. 둘이 조사한다면 단서를 찾아 무언가 나아질 줄 알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방은 방 탈출 게임도 아니었고 오로지 미션을 수행해야 나갈 수 있는, 어떤 의미에선 합리적인 방이었기에 결론부터 말하면 시간 낭비였다.

 

세르주는 지친 얼굴로 손목시계를 본다. 벌써 5시간째다. 온갖 물건이 전부 구비된 상태에서 갇혀있었다면 큰일이 아니었겠지만 음식도, 하다못해 물도 없다. 목은 계속 타서 더 말하고 싶지도 않은데. 세르주는 마른 침을 삼켜 목을 축인다.

 

 

 마크. 말하지만 난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섹스하고 싶지는 않아.

 배고픈 상황에서도 성욕부터 챙겨야 한다면 병원에 가야지.

 그건 나 역시도 동감이야.

 

 

맞장구를 치다 말이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와 세르주는 고개를 흔들며 아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니라손으로 감긴 눈두덩을 누르더니 말을 덧붙인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섹스의 범위는 넓잖아. 꼭 삽입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고정관념의 오류 아니야?

 … 그래서? 나랑 너랑 뭐, 유사 성행위라도 하자이거야?

 

 

비딱하게 받아치는 말에 날이 서있다. 어떻게 말해도 욕먹을 건 맞아 세르주는 변명도 부인도 하지 않는 걸 선택했다. . 기가 막힌 탓에 마크의 입이 떡하니 벌어진다.

 

 

 나라고 뭐지금 하고 싶은 걸로 보여? 빨리 나가서 물이라도 좀 마시고 싶다

 

 

목이 아픈지 미간을 찌푸린 채로 계속 침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세르주가 말하는 게 진심에 가까운 말이기는 한데 기분이 팍 상한다. 지금 내 자존심이나 정조보다 물이 더 중요해? 네가 언제부터 물질적인 거에 굴복하는 사람이었냐? 이야, 완전 실망이다! 마크는 세르주가 한 말에 조목조목 반대하며 비아냥거릴 생각이었지만 이내 제 배로부터 꼬르르륵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지친다, 정말. 왜 이러고 있어야 해. 의지는 쉽사리 꺾이고 말아 결국 초라하게 항복한다.

 

 

 


 

 진짜 비참하다.

 이하 동감이야. 그래도 이왕 하는 거니까.

 … 넣지 마.

 상황 봐서.

 

 

그러자 끔찍한 것을 보는 양 질색하는 얼굴이 돌아온다. 나도 이런 곳에서 하는 건 싫단 말이야! 왜 저 혼자만 피해자 얼굴이야! 잠자리에 있어선 낭만을 중요시하는 세르주도 질세라 몸을 떤다.

 

 

 이 말도 안 되는 방 때문에 내 계획도 다 틀어졌단 말이야.

 무슨 계획?

 몰라. 그런 게 있어.

 

 

신경질적으로 꿍얼거리는 말에는 울먹거림이 섞여있어 억울함이 묻어난다. 오늘 나올 때만 해도 자신만만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속상한 모습이다. 보아하니 뭔가를 열심히 준비한 것 같은데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끼어든 모양이다. 하기야, 저 역시도 생각하지 못한 날벼락이니. 이게 몰래카메라라고 하더라도 질색이고 서프라이즈라고 한다면 기획한 사람의 목을 조용히 졸라버릴 수도 있다. 성향이라는 게 왜 있는데. 취향이 왜 존재하는데. 그보다 여기에 온 사람이 가족이었다거나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생각하다 우리도 오랜 친구 사이이기는 한데, 생각이 미친다.

 

서로 합의를 했다고 한들 둘 다 자발적인 결정은 아니라 그런지 손이 피부에 닿는 과정도 어색하긴 어색하다. 투박한 손이 제 턱을 잡아당기더니 이내 얼굴이 가까워져 저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조심스럽게 다가오는가 싶더니 입술이 부드럽게 닿았다 떨어진다. 하기 싫다고 말했던 사람치고는 금세 분위기에 몰입한 것처럼 정중하고 배려 넘치는 몸짓이었다.

 

 

 협조 좀 해줘.

 

 

이런 상황이라도 강제로 추진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마크는 세르주의 볼에 제 손을 가져간다. 수긍의 답 마냥 입술을 맞댄다. 아까보단 긴 시간 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입술이 떨어지자 시선이 맞닿았다.

 

 

 난 키스가 싫다고 하진 않았는데.

 

 

불만은 있지만 얼굴은 묘하게 상기되어있다. 아직 열 오를만한 일은 하지도 않았는데. 검은 눈이 조만간 열기로 번질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야릇해 세르주는 다시 입술을 맞대다 틈새로 혀를 미끄러뜨린다. 혀가 얽히더니 자세가 서로에게 취하듯 엉겨든다. 빨리 하고 나가야겠다는 말은 어느새 지워진 것처럼 둘은 느긋하다.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는 시점에서 방문은 열렸지만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191119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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